티스토리 뷰

1

나의 해방일지

SEBAJUN 2023. 2. 21. 18:01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 만한 일이 돼요
연기하는 거예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여자인 척
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그래서 편안한 상태라고 상상하고 싶어요
난 벌써 당신과 행복한 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당신 없이 있던 시간이 지치고 힘들었던 것 보단
당신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는 게
더 기특하지 않나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 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 낸 거예요
언젠가는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난,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지도 않는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
 
 
사람들은 말을 참 잘 하는 것 같애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말로 끼를 부리기 시작해
말로 사람 시선 모으는 데 재미 붙이기 시작하면, 막차 탄거야
내가 하는 말 중에 쓸데있는 말이 하나라도 있는 줄 알아?
없어, 하나도
그러니까 넌 절대 그 지점을 안넘었으면 좋겠다
정도를 걸을 자신이 없어서 샛길로  빠졌다는 느낌이야
너무 멀리 샛길로 빠져서 이제 돌아갈 엄두도 안나
나는 네가, 말로 사람을 홀리겠다는 의지가 안보여서 좋아
그래서 네가 하는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다 귀해
 
 
우리 다, 행복했으면 좋겠어
쨍 하고 햇볕난 것처럼, 구겨진 것 하나 없이
 
 
초등학교 1학년 때, 20점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시험지에 부모님 싸인을 받아가야 했는데, 꺼내진 못하고
시험지가 든 가방만 보면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웠어요
싸인은 받아야 하는데… 보여주면 안되는
해결은 해야 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왜 그게 생각날까요
 
 
지쳤어요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진 모르겠는데, 그냥 지쳤어요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왜 매일 술 마셔요?
할 일 줘요? 술 말고, 할 일 줘요?
날 추앙해요
난 한번도 채워진 적이 없어
개새끼, 개새끼, 내가 만났던 놈들은 다 개새끼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가득 채워지게
조금 있으면 겨울이에요
겨울이 오면 살아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앉아서 보고 있을 것도 없어요, 공장에 일도 없고
낮부터 마시면서 쓰레기같은 기분 견디는 거,
지옥같을 거예요
당신은 어떤 일이든 해야돼요
난 한번은 채워지고 싶어
그러니까 날 추앙해요
사랑으론 안돼
 
 
내가 뭘 하고 싶은 인간으로 보여?
너 내 이름 알어?
나에 대해서 아는 거 있냐고
내가 왜 이런 시골 구석에 처박혀서 이름도 말 안하고
조용히 살고 있겠니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고, 사람하고는
아무것도
 
 
나도 알어
걔가 쥘 수 있는 패중에 내가 최고의 패는 아니라는 거
더 좋은 패가 있겠다 싶겠지, 나도 알어
 
 
사람들은 천둥번개가 치면 무서워하는데
전 이상하게 차분해져요
드디어 세상이 끝나는구나, 바라던 바다
갇힌 것 같은데, 어딜 어떻게 뚫어야될지 모르겠어서
그냥 다 같이 끝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불행하진 않지만, 행복하지도 않다
이대로 끝나도 상관없다
다 무덤으로 가는 길인데, 뭐 그렇게 신나고 좋을까
어쩔 땐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한 사람들 아닐까, 그래요
 
 
어디에 갇힌 건진 모르겠지만 뚫고 나가고 싶어요
진짜로 행복해서, 진짜로 좋았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아… 이게 인생이지, 이게 사는거지
그런 말을 해보고 싶어요
 
 
내가 숨쉬는 거 다음으로 많이 하는 게… 시계를 보는 거더라고
툭하면 시계를 봐, 계속
벌써 이렇게 됐나, 벌써
그러면서 종일 봐
하루 24시간
출근하고, 퇴근하고, 먹고, 자고, 똑같은데
시계는 왜 계속 볼까
뭔가 하루를 잘 살아내야 한다는 강박은 있는데 제대로 한 건 없고
계속 시계만 보면서 계속 쫓기는거야
내가 평생 그랬었다는 걸 알아채자마자
희한하게 바로 심장이 딱… 딱… 딱… 하더라고
그전엔 심장도 따다다다닥! ……
…이거를 알아채는 데 50년이 걸렸다는 게 참
 
 
인간은 다 허수아비 같애
자기가 진짜 뭔지 모르면서, 그냥 연기하며 사는 허수아비
어떻게 보면, 건강하게 잘 산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런 모든 질문들을 잠재워 두기로 합의한 사람들일수도
인생은 이런거야, 라고 어떤 거짓말에 합의한 사람들
난 합의 안해
죽어서 가는 천국따위 필요 없어
살아서 천국을 볼 거야
 
 
하루에 5분
5분만 숨통 트여도 살 만하잖아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고맙습니다,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
아침에 눈 떴을 때
아, 오늘 토요일이지… 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
 
 
마음에 사랑밖에 없어
그래서, 느낄 게 사랑밖에 없어






박해영 작가와 손석구를 좋아해서 봤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 염미정의 대사가 좋았다
마음에 어떤 감정을 채우느냐에 따라 사람은 변한다
내가 자주 하는 생각 중 하나가,
가장 바꾸기 쉬운 건 내 마음이니
바꾸기 어려운 걸 바꾸겠다고 끙끙대지말고 내 마음부터 바꾸자는 것인데
사실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내 맘이 내 맘 같지 않다는 말도 있는 거겠지
마음을 바꿔가는 그들이 부러웠다
그래서 드라마지, 하는 생각도 했다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당신의 과녁, 고태호  (0) 2023.03.13
나의 아저씨  (1) 2023.02.28
제목없음  (0) 2022.08.26
8월의 책들  (0) 2022.08.03
7월의 책들  (0) 2022.07.20
댓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